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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리뷰 – 진실을 기록한 영화, 자유를 지켜낸 시민의 봄

by 율 블리 2025. 4. 2.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이미지

 

2023년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긴박하고 위태로웠던 순간 중 하나인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건을 실화에 기반해 그린 정치 드라마다.

감독 김성수는 정밀한 역사 고증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민주주의의 위기와 이를 막으려는 이들의 치열한 투쟁을 재현하며, 한국 정치사의 분수령을 맞은 그날의 공기를 스크린 위에 생생하게 펼쳐 보였다.

정우성, 황정민, 이성민, 박해준 등 명품 배우들이 각기 다른 신념과 입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그날 밤 대한민국의 운명이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서울의 봄》은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라, ‘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1. 줄거리 – 총 대신 헌법을 지키려 한 이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며 권력의 공백이 생긴 대한민국. 혼란 속에서 전두광(황정민)을 비롯한 하나회 소속 신군부 세력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계획을 은밀히 실행한다.

그들의 목표는 서울을 군사적으로 장악해 정권을 사실상 탈취하는 ‘12.12 군사반란’이다.

이에 맞서는 인물은 계엄사령부 보안사령관 이태신(정우성). 그는 군 내부의 정통성과 헌법에 입각한 질서를 지키기 위해 전두광의 시도에 끝까지 저항하며 쿠데타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간다.

서울 시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위협으로 가득 차고, 군 내부에서도 충성, 정의,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이 등장하며 하룻밤 사이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붕괴냐, 지켜냄이냐의 기로에 놓인다.

이태신은 외롭게 싸운다. 그가 상대하는 것은 단순한 군벌이 아니라, 시스템을 파괴하고 질서를 뒤엎으려는 조직적인 권력 욕망이다. 한밤중에 벌어진 숨 가쁜 정치 군사 드라마는 한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치밀하고 생생하게 따라간다.

2. 캐릭터와 연기 – 신념과 욕망, 그 첨예한 충돌

● 이태신 (정우성)

정우성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결단을 가진 군인으로서의 품격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그의 고뇌와 책임감, 동료와 부하들 사이에서의 인간적인 감정까지 균형 있게 담아낸 절제된 연기는 진정성을 전달한다.

특히 단호한 목소리와 눈빛은 영화 전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으로서의 무게감을 완벽히 살렸다.

● 전두광 (황정민)

황정민은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인물 전두광을 연기하며 차분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속내는 철저히 계산된 권력 지향적 인물을 생생히 그려냈다.

그의 연기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역사 속 실제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잠식해 들어갔는지를 보여준다. 군사적 논리, 정치적 술수, 인간적인 이중성을 절묘하게 조합한 황정민의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날의 긴장’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 이희우 (박해준), 천실장 (이성민) 외

조연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군 내부의 혼란과 이념의 대립을 실감 나게 표현하며 이 거대한 사건을 단순한 영웅 서사로 만드는 것을 방지한다. 모두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그 갈등과 충돌이 영화의 현실감을 높인다.

3. 연출과 분위기 – 고요한 긴장, 폭발하는 몰입감

김성수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극적인 긴장과 영화적 몰입감을 동시에 살려내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총 한 발 쏘지 않고도 극도로 긴장된 전개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마치 정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준다.

카메라는 주인공들의 표정과 회의 장면, 밀실 정치 속 대화 등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만든다. 군부대, 청와대, 육본 상황실 등은 현실감 있게 구현되었고, 특히 무력충돌 일촉즉발의 상황에서의 카운트다운 식 서사는 극적인 흡입력을 자랑한다.

음악은 불필요한 과장을 배제하고, 침묵과 긴장으로 채워진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관객의 감정 곡선을 정밀하게 조율한다.

4. 메시지 – 지금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시험받는다

《서울의 봄》은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군이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그날, 누군가는 총을 들었고 누군가는 헌법을 지켰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날의 선택들이 모여 오늘의 자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영화는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특정 정치적 시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기억해야 할 책임을 분명히 한다. 그것이 《서울의 봄》이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기억의 영화가 되는 이유다.

5. 결론 – 우리는 그 봄을 기억해야 한다

《서울의 봄》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2020년대 대한민국에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는 강력한 정치 드라마다.

정치와 권력의 본질, 신념과 타협의 경계,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시민 모두가 반드시 한 번은 봐야 할 영화다.

🎬 “그날 밤, 우리는 총 대신 헌법을 선택했다.”

⭐⭐⭐⭐⭐ (5/5)

《서울의 봄》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그리고 누군가의 용기와 선택이 한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걸작이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