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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리뷰 – 노래와 피로 새긴, 진짜 영웅의 이야기

by 율 블리 2025. 4. 9.

영화 영웅 포스터 이미지

 

《영웅》(2022)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대한민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 영화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영웅적 면모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적 고뇌와 신념, 그리고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의 감정을 웅장한 음악과 드라마로 담아낸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적 해석과 정성화, 김고은, 조재윤 등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역사’와 ‘예술’의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단지 위인을 추모하는 영화가 아니다.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진짜 '영웅'의 의미를 되묻는, 진심 어린 역사적 오마주다.

1. 줄거리 – 죽음을 준비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대한제국의 장군이자 독립운동가 안중근(정성화)은 그 자리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다. 그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체포된 안중근은 뤼순 감옥에 수감된다. 그의 재판은 이미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고, 그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고,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가족과 동지, 그리고 동포들을 향한 사랑을 더욱 굳게 다짐한다.

한편, 일본군을 감시하며 정보를 모으는 조선의 첩자 설희(김고은)는 그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건 위장과 희생을 감수한다.

영화는 안중근의 과거와 현재, 동지들과의 의거 준비, 그리고 감옥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서사와 뮤지컬 넘버를 교차시키며 전개된다.

2. 영화로 옮긴 무대 – 뮤지컬의 장점을 살리고, 극영화의 완성도를 더하다

《영웅》은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무대를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무대의 감정과 영화의 리얼리즘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윤제균 감독은 과장된 무대 장치나 형식적 연출 대신, 실제 세트와 촬영 기법을 통해 현실적인 공간감을 살려냈고, 이로써 관객이 역사 속 인물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인물의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마다 뮤지컬 넘버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단지 음악이 아닌, 그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감정의 연장선이다.

이러한 접근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뮤지컬 장르를 더욱 보편적이고 감동적으로 전달하게 한다.

3. 배우들의 열연 – 정성화, 안중근이 되다

● 정성화 – 완벽히 빙의된 안중근

뮤지컬 무대에서 수년간 안중근 역을 맡아온 정성화는 영화에서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극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의 안중근은 위대한 영웅이기 전에, 한 아들의 아버지이자, 친구이며, 사명감으로 모든 것을 내던진 인간이다.

정성화는 대사 한 마디, 눈빛 하나, 노래의 떨림 속에 분노와 슬픔, 결연함과 애틋함을 모두 담아낸다. 특히 감옥에서 가족을 향해 부르는 ‘그날을 위하여’는 극의 클라이맥스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 김고은 – 목소리 없는 독립운동가 설희

김고은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창조된 캐릭터 ‘설희’를 연기한다. 설희는 안중근의 곁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며 그의 의거를 돕는 인물이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상징으로서 그녀의 존재는 큰 의미를 가진다.

김고은은 절제된 감정 연기와 안중근을 향한 존경과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단순한 조력자를 넘어 함께 투쟁한 동지로서의 위엄을 보여준다.

4. 음악과 감정의 일체 – 가슴을 울리는 넘버들

《영웅》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스토리 그 자체다.

이 작품의 넘버는 뮤지컬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영화적인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한층 풍부한 감정선을 전달한다.

대표곡 ‘그 날을 위하여’, ‘누가 죄인인가’, ‘장부가’ 등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인물의 신념과 고뇌, 투쟁을 그대로 담아낸다.

특히 ‘누가 죄인인가’는 법정 장면에서 안중근이 일본 판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장면으로, 그의 당당한 외침이 관객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

또한 곡의 흐름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이야기와 감정을 하나로 묶는다.

5.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웅'

《영웅》은 단순한 인물전이 아니다. 그는 성공한 혁명가가 아니었고,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살아갔고, 그 삶 자체로 시대의 울림이 되었다.

이 영화는 그런 안중근을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보여준다.

그가 아들에게 남긴 유서, 그가 동지들과 나눈 술잔, 그가 부른 노래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은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사람의 이야기다.

결론 – 죽음을 넘어선 노래, 영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웅》은 한 인물의 삶을 담은 동시에 모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짜 용기’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했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이토록 아름답고, 뜨겁고, 슬픈 헌사가 되었다.

🎬 “나는 조국을 위해 죽는다. 하지만 나의 노래는 살아남는다.”

⭐⭐⭐⭐⭐ (5/5)

《영웅》은 한 시대를 살다 간 청년의 이야기이자, 지금도 꺼지지 않는 정의의 불꽃이다. 그 노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아직 울리고 있다.